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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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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5-10 11:09 조회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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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릅니다.
고3 여름방학이었던가 아님 방학 끝나고서인가 어느 날 갑자기 병이 생겨버렸어요
아니 이건 병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머라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게 남을 째려보게 되고 시선 처리를 못하고 남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이 것땜에 개인적으로 제 인생이 많이 꼬였다고 생각해요

그것만 아니었다면 2년동안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지금쯤 대학교 3학년이거나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을텐데... 부모님께 유일한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을텐데.. 쉰이 다되가시니는 어머니가 항상 저 때문에 한시도 맘놓지 못하기게 
하고.. 남들처럼 떳떳하고 자랑스런 듬직한 아들이 되어드리지 못하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던 때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게 젤 안타깝네요 

하지만 그 때는, 집에서 1년여 넘게 거의 나오지 않고 처박혀 있을동안은, 행복했
어요. 사람들하고 마주 칠 일이 없으니까,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시선땜에 고민하고
고통받지 않을 수 있으었으니까요.. 머리가 넘 길어 어깨까지 내려왔어도, 하두 감지 
않아 비듬이 많았어도, 수염가 깍지 않아 지저분했어도, 잘 씻지도 않아 간지럽고 
냄새가 났어도 혼자 있을 수 있어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서 그땐 넘 좋았지요 

고3때 한번은 학교 가는 게 두려워 교문 앞까지 갔다가 집으로 되돌아 왔어요 
초중고 12년동안 단 한번도 학교에 빠진 적이 없었는데.. 유일한게 한 무단결석이었죠
2시간이 넘게 걸어서 집으로 오면서 걱정보다는 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하루라도 이렇게 학교에 가지 않아서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물론 걱정도 많이 됐어요 첨으로 하는 결석인데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안갔으니 
집에 와서도 계속 울리는 전화벨때문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분명히 담임선생님
전화일텐데.. 낼 학교가서 어떻게 얼굴을 보지.. 앞으로 학교 안갈 수도 없는 일이고..

다음날 선생님이 따로 불러 물어보시더라구요 왜 안왔냐고..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학교 오기 싫었다고.. 대답하니 아무런 말도 없으시다 그냥 
들어가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당황스러웠어요 엄청 혼날 줄 알았는데.. 

그리고 다시 학교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어서.. 내 의지가 아닌데, 친구들이 미워서 그런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째려보게 되고, 시선 처리가 안되고, 시선안에 친구들이 들어오는 게 
두려워 항상 고개 숙이고 다니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점점 없어지고.. 

첨엔 가만히 있던 친구들도 점차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지레짐작이나 나와관련짓기라고 말하실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제 생각엔 분명 제 시선 땜에
그랬어요..  일부러 어깨를 툭하고 치며 지나간다 던가, 제 자리 근처에 침을 뱉어 논다
던가, 책상에 누워있는데 일부러 의자를 툭 차고 지나간다던가, 제가 보는 앞에서 근처로
가래침을 뱉는다던가, 내 뒤에서 들으란 듯이 욕설을 한다던가, 일부러 내 앞에 와서 
겁주는 행위를 취한다던가... 첨에 저도 기분이 상하고 화도 나고 분노했지만 제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위로하고 속으로 삭였어요.. 나중엔 무감각해지더라구여 
옆에서 누가 툭치고 가던 욕설을 하던 침을 뱉던 화도 나지 않고 감정이 상하지도 않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어느새 고3이란 신분도 잃고 지내게 되더라구요.. 공부가 될래야 될수고 없고 
오직 벗어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도저히 못견디겠어서.. 담임 선생님께 제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을 다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몇일 후 부모님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저 넷이서 모여 대화를 나누고.. 
야자는 하지 않고 6교시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게 됐어요 
담임샘과 부모님은 못믿는 눈치였어요.. 제가 고3이란 게 두려워.. 수능이 버겁고, 
공부하는 게 싫어서 거짓말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후론 항상 6교시만 끝나면 집에 와서 해방감을 누렸죠.. 매일 17시간 가까이 지옥같았
던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내다가 이젠 단 몇시간만 학교에서 있다 오면 집에 와서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기쁨.. 너무 좋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수능에 매달려 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치열하게 1초도 아까워하며 공부하는 동안 전 수능에 대해 아무런 생각
이 없었어요.. 아니.. 공부를 할수가 없었어요.. 병이 생겨버린 때부터 포기하고 있었죠  

그 전까지만 해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3학년 학기초만 해도 200점대 초반이었는데
3월, 4월 지나면서 270, 280 까지 올리고 여름쯤 되어서 거의 300점까지 올렸으니까요 
고1,2때 공부안한게 후회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면 서울권 대학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그래도 수능은 봤어요.. 담임 선생님이 하도 권해서.. 수능성적표가 나왔는데 
100점대가 나왔어요 하하하 당연한 결과였죠.. 수능시험볼때도 시선처리가 곤란해 거의 다 찍을 수 밖에 없었거든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오직.. 내가 쟤를 째려보면 어떻하지? 시험관이 계속 내 주위를 맴도는 건 내가 다른 애 답안지를 훔쳐보려고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얘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는 건 내가 시선처리가 이상해서 그런가? 
바보같이 보이지 않았을까? 어떤 애는 혹시 셤 끝나고 나에게 폭력적 행위를 가하진
않을까? 등등 이런 생각들 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식날에도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가고 싶지 않았고 고3때 않좋은 추억들과 친구들 만나는게 부담스러워서였죠 
그리고 졸업 후 1년 가까이 집밖에 2~3번이었나.. 정말 한손으로 꼽을 정도로 나오질
않고 쳐박혀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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