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적 예상과 자기 불신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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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중 매사를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사시는 분이 많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거의 20년간을 파국적 예상을 하면서 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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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불안 게시판에 <징크스>라는 제목으로 제 이야기가 올라와 있을텐데, 대충 내용이 나는 항상 모든 일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최악의 결과가 나올거야 하면서 살아왔다. 실제로 여태까지 내 생각과 반대로 결과가 나온 적이 많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나쁜 결과가 나오고,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고 있어야지 좋은 결과가 나온다. (어렸을 때 내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부모님께 크게 혼날 거라고 생각하면 부모님께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시고, 난 잘못하지 않은 것 같은 일에는 갑자기 부모님께서 나를 크게 혼내시고 이런 것에서 시작된 징크스 인 것 같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아마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기대를 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만큼 실망과 좌절이 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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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인데,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의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제가
‘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일이 될거야. 이번 성적은 거의 다 D나 F 가 나올거야. 잘해야 C- 한 두 개 나오겠지. 평점이 2.0도 안나올거 같아’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온 성적은 총 6과목을 수강했는데, <A+가 2과목, B+가 1과목, 나머지 3과목은 다 A 평점은 4.09> 를 받은 거예요.
이럴 경우 저는 평소에 2가지 생각이 들어요.
“역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니까 괜찮은 결과가 나오네. 역시 내 징크스가 정확히 맞네.”
이런 생각하고, 두 번째는
“교수님들이 내 성적을 줄 때 실수로 좋은 점수를 주었나보다. 내가 결석도 많이 했고 시험답안도 잘 못 쓴 것 같고, 레포트도 잘 못쓴 것 같은데, 내가 운이 좋았나보다.” 이런식으로 좋은 결과에 대해서는 “외부귀인”을 해버리더라고요.
반대로 만약에 성적이 진짜 C, D, F 로 나왔었더라면
“내 징크스가 틀렸네. 부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구나. 그런 징크스는 없는구나” 이런 생각을 ‘절대’ 안해요.
징크스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 역시 내가 그럼 그렇지. 내가 잘하는 것이 있을 리 없지. 내가 하는 일이 잘 될리가 없지. 나는 멍청하고 항상 운도 나쁘고 역시 최악의 인간이야.” 이런 식으로 잘 못된 일에는 내부귀인을 했을 거예요. 이럴 경우 자아상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더 강화되는 거죠.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싶어요. 그래서 지금 자존감이 굉장히 낮고 자기부정까지 가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어떤 일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힘들어요.
솔직히 저는 모든 일에 내가 원하는 데로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가 항상 들어요.
여태까지는 그 기대를 억지로 누르면서, 아니야 최악이 상황이 될거야. 기대하지마. 기대했다가 잘 못되면 어떻게 견뎌. 넌 잘 될일 없어. 넌 운도 없고 잘 될 능력도 없어. 이러면서 어거지로 징크스를 만들어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떤일에 대해 기대가 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어도 그냥 냅둘려고요.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려고요. 대신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만약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안좋은 결과가 나오면, 외부귀인을 하는 쪽으로 하려고요. “그 때 상황이 안좋았을 뿐이고, 약간 운이 없었을 뿐이야.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다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이번엔 안좋았지만 다음엔 경험삼아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내 잘못은 크지 않아.”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기대에 맞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도 하면 되는구나. 잘 할 수 있구나.” 하여튼 이런식으로 내부귀인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마음이 더 편해지고 인상도 더 밝아지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성적이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것이 운도 있긴 있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제가 결석한 날 마침 교수님께서 출석을 안부른 적도 꽤 있었고, 제가 지각한 날 출석을 끝날 때 부른 적도 몇 번 있고, 제가 출석만 부르고 중간에 도망간 날도 나중에 보니 출석한 걸로 되있고, 이런 운이 좀 있었어요. 사실 요번 학기 좀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출석 엉망이었던 건 사실이예요.
그렇지만, “레포트를 쓸 때, 조별과제를 할 때, 발표준비를 할 때, 그리고 시험 전날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어요. 논문도 안내려다가 안내면 D나 F 받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4시간동안 머리 터지도록 생각하고 타자 두드려서 결국은 제출 했거든요. 이런 점수를 받은 것은 제 실력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자꾸 나를 깎아내려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봤자 나만 손해고, 어쩌면 남에게도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좋은 건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은 없지만, 나를 사랑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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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에 <롤프 메르클레(2004), 『자기를 믿지 못하는 병』, 21세기북스>라는 책을 구입했는데, 저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열등감과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책이예요.
제가 학교 도서관에서 심리와 정신의학 쪽 책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인데 feel이 꽂혀서 수원역 리브로에서 구입했거든요.
읽어보고 좋으면 여러분들께도 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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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의 압박은 죄송합니다. 글이 길어서 다 읽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공부잘하시네요 ^^ 방학도 했으니 열심히 놀아보는것도 좋을듯 싶어요..
자기를 믿지못하는병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자신에게 제일좋은 친구가 되어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칭찬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아요.ㅋ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