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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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 바로 여기산을 올랐다.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새벽 단잠을 깬 비둘기가 푸드득 거리고,
꿩들이 먹이 찾다 놀라 특유의 날개짓으로 이리저리 흩어진다.
두어달전여만 해도 내가 꿈이나 꿀 수 있었던 일인가.
내 마음껏 등이 땀에 젖도록 산행을 해본다는 것이!
평지에서 50m만 걸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차서
집에서 200m 떨어진 은행을 갈 때도 꼭 차를 몰고 갔다.
숨이 답답해 말도 적게 하고 노래도 부를 수 없었다.
공황이 오기 4년 이전에는 농구장 축구장에서 50 이 넘은 나이에 펄펄 나르며 최소한 하루 한 시간씩은 달렸고, 사람들로부터 부러움도 많이 샀건만
2000년 1월 8일 새벽2시 나는 컴퓨터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악몽이 시작되었다!
홍콩 국제회의 자료준비 하느라 딱1주일째 새벽2시 3시 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은 결과였다. 쓰러지며 내 머리를 스치는 단 몇 마디 "어머니 장모님 저 먼저 가서 정말로
죄송해요" "여보 잘 부탁해" 나는 바로 절망 속으로 빠져들어 말을 할 힘을 잃었다.
머리에 핏줄이 터진듯하고 심장이 조이며 사지가 끝에서부터 마비되어 올라와 몸통까지
올라올 태세였다.
아~! 이마비가 몸통을 스치면 53 세로 가는구나!
항거하기도 싫고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누어있으니 집안이 난리가 났다.
약 30분이 지나니 손끝 발끝부터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약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아~! 다시 살았났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고 자료는 대강 정리해 며칠 후 홍콩 회의는
무사히 마치고 돌아 왔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일을 해보니 영 옛날 컨디션이 아니였다. 시시 때때로 숨이
답답하고 머리가 조여 남몰래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 목을 젖히고 10분가량 쉬고 들어와
업무를 계속하곤 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졌다.
기억력이 급감하고 신경과에서 주는 약을 계속 먹으니 근무시간에 잠만 오고 나의
정신상태는 산란해 마당에 콩 타작 한 듯이 모든 것이 흩어져 도무지 정리 되는 게 없었다.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 죽어 버린 상태인 것 같았다.
차 운전하기가 귀찮아 전철로 통근을 하였는데 2001년 1월 말부터 사무실 엘리베이터에서 전철역 승강장까지 200m 도 채 안되는 거리인데도 걸어가면 숨이 차고 전철을 타면
머리와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혀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고 옆에 앉은 학생들에게 지금
내심장이 이상하니 무슨 일이 생기면 핸드폰 1번이 우리 집이니 좀 부탁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어나 도망가고. 또 옆에 내 나이 비슷한 아저씨한테 부탁해도
도망가고, 방법은 딱 한 가지 집으로 전화해서 전철역 앞에 차대기 시키라고 부탁하고
" 역까지는 살아 가야해" 를 주문 외듯이 외며 역에 도착해 해 병원 응급실로
직행 하는 것 외에는...
물론 신경과, 내과, 순환기내과 동네병원 시내병원 대학병원 다 다녔고. X-ray, 심전도 뇌CT, 뇌 MRI, 가슴 MRI 온갖 검사 다해보고, 병명도 가지가지 약도 가지가지
효과는 없었고 고생만 죽으라고 하고 오죽하면 아레르기 반응검사까지 다 해 봤을까.
항상 한 끼에 한주먹씩 약을 먹으니 사무실에서도 계속 졸리고 낮 생활이 영 비몽사몽이며 회의를 하다가도 졸기가 일수고 통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흘러가는 동안 공황발작은 더 잦아지고 출장 중에도 2번이나 발작을 일으켜 심리 상태가 엉망진창이 되 버렸다.
2001년을 보내고 연말 회사에서 개인종합평가를 하는데 외국인의 나에 대한 평가는
가히 인격모독적인 평가였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못 난놈이 되본 적이 있었던가
이 회사를 떠나자. 결심을 하고 나니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
2002년 1월 처음정신신경과로 옮겼다. 약을 복용하니 정말 신기하게 몸과 마음이 향상
되어 새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그후 치료가 계속되며 공황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평소 걸을 때도 호흡이 좋지 않기 시작하여 50m만 걸어도 숨이 차고 누구랑 대화 할 때도 숨이 차서 한숨을 많이 쉬게 되고 말도 많이 줄여서 했다.
다시 대학병원 순환기 내과를 방문하여 심장 MRI를 찍고 심장에 이상이 의심된다고
하여 다리동맥을 뚫고 심장을 살펴보자는 결론이 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집에 돌아와서 내 스스로 증상을 분석해봤다. 만약 그 많은 발작이 심장병에서
기인된 것이라면 나는 진작 죽었어야 옳을 것이다라는 생각이들어,
내가 아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여 경과 일체를 물어보고 내증상과 비교해 보았다.
심장병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나는 다리 동맥을 뚫는 대신에 이제병원을 바꿔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바꾸는데는 약6개월 이상이 걸렸다. 우연히 길가다가
“ 경기신경정신과”를 간판을 보게 되었고 우리 집과 가까워 이튿날 원장님과
상담을 하여“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시기에 바로 등록하고
12기에 훈련에 참가 하였다.
첫 시간 훈련교재 내용을 살펴보니 한눈에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로 이루어진 훈련
프로그램이여서 신뢰가 갔고 이병은 훈련으로 고친다는 의미를 직감하였다.
훈련으로 고치는 병은 자기가 훈련의 주체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고
“ 내 병은 내가 고친다 ”는 확고한 의지와 신념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효과가
적다는 것을 외국인들이 개발한 수많은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해 보았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던 터였다
- 공황과 불안극복-
제 1 장 공황을 이해하기
제 2 장 자신의 반응을 관찰한다.
제 3 장 무엇이 공황을 일으키는가?
제 4 장 약에 대하여
제 5 장 불안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키기 위한 준비단계
제 6 장 신체 조절법
제 7 장 인지 수정 기법과 자기진술 분석
제 8 장 예측 불가능했던 것들을 예측하기
제 9 장 자극 감응 훈련
제 10 장 일상 생활에서의 자극 감응 훈련
제 11 장 광장 공포증의 극복
제 12 장 평가와 전망
[ 부록 ] 해답
위와 같이 교재내용이 구성 되어 있으므로 의학지식에 의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짜여진 훈련 프로그램이므로 장애자 스스로가 그 장애를 극복하도록 되어 있었다.
누가 이 훈련을 받드라도 이 훈련이 지금까지 개발된 공황장애 극복 치료 프로그램
중에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이며 스스로 열심히 하면 반드시 극복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공황에 관한한 원장님과 간호사님을 능가하는 이해도를 확보토록 하고
자기장애는 자기가 극복하겠다는 각오로 이 훈련을 마치면 반드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하리라고 봅니다.
저는 이제 하고 싶었던 등산도 마음대로 하고 부르고 싶었던 노래도 신나게 부르며
어떤 교육에 참석하며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공황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은 하루 빨리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셨으면 바로 훈련에 돌입하는 것이, 훈련에 임했으면 자기 주도로 자기 스스로를
빨리 고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원장님과 간호사님은 공황장애를 가지고 계신분이 아닙니다. 배우신 의학 지식을 적용
하여 광범위하게 여러 공황을 가지신 분에게 조언과 치료를 해주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자기자신의 공황에 대해서는 자기자신이 세계 제일의
권위자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이 훈련에 임해야 합니다. 자기 공황은 세계 유일의
형태로 자기자신만이 장애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공황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만나서 원장님과 간호사님의
지도 하에 열심히 훈련하면 반드시 좋은 날을 기약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와주신 원장님과 간호사님, 같이 훈련하며 서로를 위로해주신 동기분들,
많은 격려를 해 주셨던 선배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시간대가 맞지 않아 자조모임에
참석 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며 줄입니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의 행운을 빕니다.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바우님 늦었지만 졸업 축하드립니다
졸업후에 공황 다잊고 여기를 떠나 셨는줄 알았어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글도 잘읽었구요
모든 면에서 대단하시다는 걸 느꼈어요
악몽에서 깨어나신것도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신비로님 감사합니다.
을유년엔 부디 소원성취 하십시오.
저도 복 많이 받도록 열심히 노력 하겠습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안녕 하세요?
초기에 공황이 저와 아주 흡사합니다.
저도 오랜세월 공황과 살아 오면서 너무 많은걸 잃었습니다.
그러나 인지행동 치료후 위력을 실감하며 뒤돌아 보게 됨니다.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