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클리닉게시판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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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4-16 10:27 조회10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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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제가 많이 아팠는데 이제는 딸아이가 아픕니다. 열이 오르락내리락 기침은 끊어질듯 콧물은 줄줄. 감기로 더 떼가 심해진 딸네미 수발들다 지쳐서 신세타령이 나오려는 걸, 순간 제 뇌속에 있늰 생각전환 단추를 누르기로 했습니다. 모두 다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이것도 인간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여정의 대목대목이고 우리 딸아이 덕분에 제가 얻은게 얼마나 많은지 감사하자 하구요. 호호.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놔야 무시무시한 공황 앞에서 생각전환 단추가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어요. 어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심신의 피곤이 한결 가벼워지긴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날도 아팠어요. 식탐이 심한 제가 입맛없어 하며 저녁을 먹고있는데 동네 아줌마에게서 전화가 왔더군요. 자기 남편이 그날 밤에 안들어오시니까 자기집에서 한잔 하자구요. 거절하고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동안 제가 마음이 답답해서 하소연하고싶으면 먼저 전화해서 둘이 술을 마시고는 했거든요. 저는 그 아줌마가 사나와서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떻게 우연히 교분이 생긴데다 둘다 술도 좋아하고 나이도 같고 또 제가 가끔이라도 오고가고 하는 몇안되는 아줌마여서 뚱한 신랑을 뒤로 하고 아이를 들쳐업고 갔습니다. 그런데 은근히 걱정이더라구요. 전에 한번 신랑하고 심하게 싸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로 그집에 갔다가 많이 불안한 적이 있었거든요, 빌라 2층인데도 또 갇힌 듯 답답하고 그 아줌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고 해서 도망치듯 그집에서 나온적이 있어요. 저는 그 아줌마를 별로 안좋아하기는 해도 감정이 있거나 싫어할 정도도 아닌데 어쨌든 포근한 사람은 아니어서 그집에 가도 늘 편치가 않았습니다. 역시 그날도 들어가자마자 바로 불안하더라구요. 초저녁인데도 그집 애들은 일찍 자서 집은 조용하고 깨끗한데 갑갑해져 오더군요. 2층에서 1층 현관문까지의 거리를 생각하게 되고 불안해서 허겁지겁 나가고싶은데 딸아이 옷입히고 신발 신겨서 없고 나갈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야, 라고 생각하니 불안이 커졌습니다. 주방으로 거실로 서성이며 편치가 않더라구요. 그럴때 편한 사람 앞에서는 술을 한두잔 마시면 신경이 진정되는데 저는 소리를 지르고싶은 충동을 느낀 사람들과는 술을 마시면 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경험이 몇번 있었거든요. 아이때문에 복식호흡을 하기도 힘이 들고, 또 몸이 아파서 그런지 공황을 관찰할 정신적 냉철함이 생기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 바로 나왔습니다. 그 아줌마는 어이가 없었겠지만 제 인간관계에서는 그렇게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한 며칠 아프면서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제가 저 자신의 공황에 대해 너무 대강대강 관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공황이 너무 싫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하고싶을 때만 하는 그것도 논리적으로가 아닌 뭉뚱그린 다분히 감정적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분명히 제 공황이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세밀하게 관찰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20년 가까이 공황을 앓으며 제게서 뺐어간 것이 너무 많아 증오하듯 미우면서도 그 위력이 너무 커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자꾸 울어서 쓸 수가 없네요. 그럼 이만.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따님이 아파서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 아무튼.. 공황에 대해서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으신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든 대충 해서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습니다. 시장에서 물건 하나 고르듯 요모조모 자신의 증상에 대해 세밀히 관찰하고, 비관적인 생각은 깍아 내리시길 바랍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아기가 아프다니 그런 엄마에 마음은 얼마나 아플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하내요~ 그럴수록 기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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