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헬기장까지 다녀왔습니다.
저는 무슨 주문처럼 광교산을 삼분의 일 쯤 올라가면 꼭 어느 지점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거기서부터는 정말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갑갑증이 생겨서요. 오늘은 극복하겠다는  전투적인 의욕이 너무 넘쳐서 부드럽게 심경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산을 올랐습니다. 예의 그 지점도 잘 넘어가고, 그러나 점점 올라갈수록 전보다는 많이 힘이 약해졌지만 불안한 생각들이나 어지럽거나 심장이 두근대거나 명치가 묵지근하는 등 신체 증상들이 때로는 미미하게 때로는 조금 세게 밀려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극심한 공황발작이 밀려오더라도 다 겪겠다, 회피하지 말고 크고 작은 증상들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라는 기특한 생각을 놓지 않으며 헬기장 꼭대기에 올라섰는데 그 순간 너무 어지럽고 다리가 떨리고 산에 갇혔다는 극심한 갑갑증이 생기더군요. 방금 전까지의 기특한 생각은 아예 떠오르지도 않고 오직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본능적인 회피에 사로잡혀서 정상에서 쉬고 가겠다는 신랑을 채근해서 바로 내려왔습니다. 헬기장에 한 1분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려가려고 발을 아래로 내딛는 순간 부터 극심했던 불안은 뚝 떨어져 안정상태가 되구요. 힐난하는 눈빛의 신랑에게 저도 역시 힐난조로 말했습니다. '그러지만 말고 칭찬 좀 해. 많이 발전 했잖아. 두고봐 갈수록 더 좋아질 거야.' 라고 당당하게요. 오늘 제 만족 점수는 70점 입니다. 약도 거의 안 먹는데 무수한 태클을 헤치고 목적지까지 왔으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서요. 매주 토요일에는 광교산에 오를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의 공황요소표는 광교산 정상에서의 상태로 쓰려고 합니다.

< 공황요소표 >

1. 주요 신체감각
   - 심한 갑갑증.
   - 다리가 많이 떨리고 어지럽다.

2. 주요 생각
   - 산 속에 갇혔구나, 아이 답답하다.
   - 저쪽 사람들 많은데 가면 혹 내가 몹시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여주게 될거야.
   - 오늘 목적을 달성했으니 얼른 내려가야지. 다음에 와서 조금 더 있자.

3. 주요 행동
   - 무언가 잡을 만한 것을 찾음.
   -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함.
   - 내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