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클리닉게시판

아버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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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4-26 12:30 조회77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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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병원에 진료차 다녀왔습니다.
진료시간에 저는 보통 그주간 써온 일기를 
원장님께 보여드리는데,
아래와 같은 글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많다시며
한 번 올려보라고 강추하셔서(-_-;;;) 한 번 올려봅니다.

9/22
오랜만에 사우나에 갔다.
따뜻한 온탕 속에 몸을 담그고,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니, 4학년 때 일들이 떠올랐다.
-->(4학년때 좀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
왜 나의 아버지는 나를 보호해 주지 못했을까?
아니 왜 나는 아버지에게 보호를 청하지 못했을까?
왜 아버지는 나의 보호막이라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버지? 그래 아버지.
아버지는 나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냥 보통 잘 알려진 의미 외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내가 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또는 숫기 없는 모습을 보였을 때)
내가 어디서 맞고 왔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상냥하게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줄수도 있지 않았을까?
무시 또는 비웃음으로 일관하여 오셨잖아요.
그게 아버지의 삶의 방식이라고 그렇게 변명할 수 있습니까?
삶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라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것입니까?

나는 아버지와 목욕탕 오는 것이 싫었다.
나는 아버지와 왠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던 나는 목욕탕에 가면 사람을 잘 찾지 못했고 그래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둡고 뿌옇게 안개가 자욱한 탕 내를 한 참을 헤매야 했다.
장난기가 심했던 것인지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면서도 잡아주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런 모습을 어머니와 얘기하면서 웃어댔다.
나는 그런 것이 너무나 싫었다.

이미 보호막이 되지 못한 아버지는 나와의 경쟁상대일 뿐이었고
그러면서도 넘을 수 없는 좌절의 벽과도 같았다.
내가 칭찬받고 싶고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었던 대상은 나의 어머니였고,
성적이 1등이 나오면 어머니로부터 칭찬받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집안에서의 권위는 도저히 나의 노력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산과 같았다.
그것이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좌절과 
도피를 주었다. 넘을 수 없으니 도망칠 수 밖에.

나는 점점 아버지와 대화의 담을 쌓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다시 한 번 질문해본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을까?
애가 탔을까?
그냥 한심했을까? 자신이 쏟은 노력과 기대가 무너져서?

아직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또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지금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은 
옛날에 비해 너무 작고 초라해졌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흰 머리가 희끗희끗해질수록 나의 왠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고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진다.
하지만, 확실히는 잘 모르겠고,
아마도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알게 되려니 하는 마음만 들며, 
그저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아버지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아버지가 나를 공감해주지 못하고 보호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신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자신감이나 가치감은 칭찬받고 인정받는 경험에서 나오며 어린 시절 성장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외식하면서 솔직하게 물어보심 될것 같은데 저도 어렸을떄 내가 어머니 한테 이야기 했는데 그게 아버지에게 전달이 되어서 기분 나빴던 기억이 있어요...근데 부부는 이불 송사라고 두분이 대화를 많이 하니까...저도 목욕탕 가서 사우나 나오면 거기 위에서 찬물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 아들을 거기다 놔두고 찬물 틀어서 골탕(?)먹인적 있었는데.....그냥 아무생각없이 귀여워서 하는 행동들이 어른들한테는 많은것 같아요...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지금의 나는 그때의 어린 내가 아닙니다.. 옛날 좋지않은 기억은 그냥 그런 사실이었을 뿐이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표현이 조금 서투를수도 있고 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일수도 있을겁니다. 설마 아버지가 나를 위험에 빠트리기위해서 한 일은 아닐것입니다.. 자기 자식이 위험에 처해있는데도 웃으며 바라보는 아버지는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것입니다. 단지 그 상황을 아버지가 잘 이해못하셔서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것 뿐이겠지요.. 지금은 다 큰 성인이고 이젠 아버지에게 님의 보호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정말 자식 미워하는 부모는 없겠지요. 저도 그렇게 믿고 이해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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