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클리닉게시판

프란츠보다 더 나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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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4-23 12:25 조회80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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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요? 졸업이 너무 오래 전(최소한 14년전)일인지라 정확한 이야기는 기억할 수 없지만 내일 수업을 앞두고 “프란츠”가 불현듯 생각납니다.

프랑스가 독일군의 점령 하에 들어가면서 모국어인 프랑스의 사용을 금지당하게 되고 소년 ‘프란츠’가 살던 마을 역시 독일어의 사용을 강제 받으면서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마지막 수업’을 그린 이야기...다들 아시겠지만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아시다시피 프란츠는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시키는 숙제는 빼먹기 일쑤고, 등교시간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며, 아직까지 ‘프랑스어’로 제대로 쓸 줄도 모르고, 당연히 수업 따윈 관심도 없는 철부지 학생이죠. 그런 프란츠는 그날이 어떤 날인지도 모른 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지각한 자신을 꾸짖지 않는 선생님, 교실에 모인 마을 사람들, 엄숙한 수업진행에, 프란츠는 자신이 평소 싫어하고 귀찮기만 하던 그 수업시간이 바로 프랑스어로 자유롭게 말하며, 쓰고, 읽을 수 있는 마지막 날임을 알게 되고 늦게나마 수업에 열중하며 프랑스어의 마지막 사용을 가슴 깊이 후회하게 됩니다.

인터넷을 찾다 보니 그 선생님(‘아멜’이라고 합디다)이 프란츠에게 말익히기 외우기를 질문합니다. 그러나 공부하곤 거리가 먼 프란츠는 결국 대답하지 못하고, 아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프란츠, 나는 너를 야단치지 않겠다. 이미 충분히 벌은 받은 셈이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단다. 그 까짓것 서두를 것 없어. 내일 하면 되니까. 그 결과 지금 보는 대로 이렇게 되는 것이란다. 아! 교육을 언제나 내일로 미루었던 것이 우리 알자스의 큰 불행이었어. 지금 프로이센 사람들이 '뭐라고? 너희들은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면서 프랑스어를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 말이야!' 하고 비웃는데도 우리는 할 말이 없어. 하지만, 프란츠야. 우리 모두가 스스로 반성하고 깨달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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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마지막 수업이라니 시간의 속도를 아쉬워하기 앞서 지난 시간들에 대한 나의 반응을 점검하게 됩니다. 부끄런 고백이나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 역시 공부하기 무척이나 싫어했고, 교재는 어디서 뒹굴고 있는지 아득한 기억이며, 애써 만들어 주신 복식호흡/근육이완 시디는 정말 케이스조차 뜯어보지 않았고, 간간히 제제님이 올려주신 요약물만 건성건성 읽어대곤 까짓 것 별거 아니구나 하는 자만에 도취되기도 하였으며, 수업시간 딴 생각들로 원장샘 말씀을 그냥 흘러보낸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시간은 늘 충분하며 오히려 조급함이 날 더욱 힘들게 할 거라는 미련한 위로들로 저의 이런 게으름을 변장하기도 했구요, 사실 다른 분들보다 덜한 증상이란 근거도 분명치 않은 자기 판단에 쉽게 고쳐질 거란 예단으로서 노력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습니다. 

허나 돌이켜 보면 저는 아직도 치료 중이며 교육 이후 큰 발병 없는 것이 완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호전증상일 수도 있고, 치료 종료 후 나의 이런 자만심은 지난 교육시간들을 되돌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으로만 묻어 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란츠는 선생님이 말익히기 외우기 질문을 하자 “저 어려운 말익히기를 큰 소리로 분명하게,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다면 이 순간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의 프란츠는 이렇게 말합니다. “타임머신이 있어 시간을 한 2~3주만 되돌리면 고시 공부하듯 교재도 읽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열심히 귀담아 들으며, 매번 ‘내일해야지’ 하며 미루던 복식호흡은 하루 한 시간이라도 할 텐데....”라고 말이죠.

프란츠는 마지막 수업인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학교로 출발합니다만 저는 내일이 마지막 수업인 줄 알고 갑니다. 프란츠가 아쉬워 끝내 결코 잊을 없을 것맡 같다고 말한 마지막 수업이 정말 공황치료의 마지막 날이 되지 않기 위해 각오를 새로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모쪼록 방심하지 않도록 각별한 자기 주문을 머리 속에 새깁니다.

수강생 여러분들도 마지막 수업이란 제목이 주는 애상과 후회는 되도록 떨쳐 버리시구요, 아멜선생님은 비록 마지막 순간 ‘프랑스 만세’라고 칠판에 쓰고 나서 ‘여러분 이제 끝입니다... 모두들 돌아가세요’라고 말하고 말았지만, 우리 원장선생님과 복지사 선생님은 자조모임을 통해 많은 분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계속 남으실 예정이니 이 보다 더한 수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왠지 찡하네요~~~~~~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그래도 마지막 수업이라 하니..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당..저 오늘 카메라 가지고 갈께요...남는건 사진뿐이니..한장 멋지게 찍어봐요..흐흐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인용하시는 글 마다 재미가 있고 품격이 있군요. 과정은 끝나도 이런 글 읽는 재미는 지속시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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