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 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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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걸음걸이를 처음 시작할 때, 조금 자라 자전거를 배울 때 우리는 확신합니다. 자꾸 넘어지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결국에는 잘 걷고 잘 탈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공황이 처음왔을 때 황당하면서 공포스럽고, 어디 의지할대 없이 스스로 모든것을 안고 가야함에 공포는 배가되지요. 무신론자였던 저도 신을 찾게 되더군요.
하지만 모든 세상이치가 그렇듯 공황도 자주 겪다보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익숙해지니 좋은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첫째가 정신을 차릴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용히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남의 일 바라보듯 스스로를 지켜보면서 공포로 연결되던 생각에서 이성적인 생각을 견지할수 있게 됐습니다. 참 놀라운 발전입니다. 살면서 피곤할 때도 많고 스트레스로 짜증날 때도 많지요. 누구나 마찮가지인 이 사실 앞에 온전한 평화만을 바라는 삶을 꿈꾼다면 헛된 생각일 뿐입니다.
익숙해 지는 과정중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걸 꼽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인지행동치료라고 말할수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을 묻는다면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자조모임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처음 공황이 시작된게 92년 6월 이었으니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많은 역경이 있었기에 반드시 공황을 이겨 내기를 원했었습니다. 외과적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했고 할 수 있는 한 제대로 된 치료를 원했습니다. 치료후에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했기에 자조모임이 시작된 이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참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조모임은 참석하는 것 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자조모임에 참석하는 중에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나타나더군요. 이건 공황증상이 아니다. 이건 내가 그동안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증상으로 뭔가 이상하다. 하는 증상이 계속 괴롭혔습니다. 자조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이 새로운 반응에 인지행동치료과정에 배운 경험과 과학적 이해를 의심하게 됐을 것입니다. 공황을 겪는 사람들중엔 스스로가 의학박사보다 더 공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 처럼 저도 그렇게 결론 내렸을 것입니다.
도대체 자조모임이 무슨 도움을 주었기에 흔들림없이 자신을 지키는데 역할을 했을까? 물어봅니다. 저는 요란하게 열성적으로 특별한 노력을 한게 아니라 다만 꾸준히 참여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환우들과 얘기를 나눴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중에 서서히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힘이 저도 모르게 생긴듯 합니다.
요즘도 이유없이 어지러워 옷갈아 입기가 곤란할때도 있고 지하7층 주차장에 주차할 때 불안할때도 있고 이마트에서 쇼핑할 때 막연한 불안감에 쌓일때도 있고 세차장에 차가 들어갈때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거 아닙니다. 몇초내에 그생각을 떨쳐 낼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많이 불편했다면 지금은 아주 조금 불편합니다. 이정도면 성공아닐까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자조모임에 충실히 참석하고자 합니다. 이 변화를 이제는 즐겨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자조모임에 한 달에 한번 참석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우선 순위만 바꾸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치료후 가끔 참석하든가 아니면 아예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분도 많으십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보다 더 오랜동안 겪어본 분이 아니라면 미련스럽게 꾸준이 참석해보는 고집스러움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공황은 익숙해 질 것입니다. 불안한 익숙함이 아닌 편안한 익숙함을 얻게 되는데 분명 큰 힘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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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회장님, 늘 한자리에 꾸준히 계셔주시는 것으로 회원분들이나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되십니다. 가장 어려운 일을 해주고 계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벌써 주말이군요. 여름같은 날씨이던데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