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클리닉자조모임

연초에 읽은 책의 작가 후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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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4-06 11:34 조회12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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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부터 읽기 시작한 한강을 2월이 다 갈쯤에 10권을 모두 읽었다.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의외로 책 맨마지막의 작가의 소감 부분이었다.
마흔에 태백산맥을 시작하여 예순까지 20년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집필했다는 내용과 20년간 겪은 가지가지의 직업병에 대한 글이었다.

첫 번째 병은 태백산맥 2부를 쓰면서 걸린 기침병이었다.  연재로 지쳐 몇일 쉴 요량으로  대만여행에 갔을때 였다.출발부터 으실으실해서 감기약을 먹고 비행기를 탔는데 대만에 도착하면서 부터 심해져 사흘째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거기서 더 있다가는 죽을것 같아 여행을 포기하고 귀국하였다. 그런데 귀국하자 마자 기침이 터지기 시작하여 어찌나 심한지 목이며 가슴에 통증이 일어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내장까지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의사가 겨우 찾아낸 원인은 누적된 과로였고 기침을 해가며 앉은 잠을 두 달 넘게 자야 했다. 

두번째 앓은 것은 위궤양이다. 아리랑을 쓰려고 첫 번째 취재를 중국으로 떠난것이 1990년이다. 줄곧 가슴팍과 양쪽 갈비뼈 부분이 들떠오르는 듯하고 결리면서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되는 것이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픈 증상이 자꾸 심해져 작품쓰기에 지장이 될 정도였다.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는 중증 위궤양 이었다. 위궤양은 1987년에는 통증이 심해 신문연재를 한 달 동안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랑을 끝내기까지 위궤양은 다섯번이나 재발했다. 결국 아리랑을 쓰는 일은 위궤양과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세 번째 앓은 것이 둔부의 종기다. 너무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에 종기가 자주 나 그때마다 연고를 발라 신속하게 퇴치하고는 했는데, 결국 하나가 자리마저 고약한 데를 차지해 끝내 말썽을 부리고 말았다. 앉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리랑을 중간쯤 썼을때 였다.

네 번째 앓은 것이 한 달 동안의 극심한 몸살이었다. 아리랑의 주인공 송수익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진혼곡을 고열의 어지러움에 시달리면서 써놓고 쓰러져버렸다. 흔히 밤새껏 앓았다는 말을 쓰는데, 전신이 조각조각 깨지고 그 조각들이 다시 잘게 바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새껏 앓을 정도로 극심한 아픔이었다. 그날부터 한 달 동안 글 한 줄 못 쓰고 앓아누워 있었다. 약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다섯 번째로 앓은 것이 오른팔 마비였다. 아리랑 후반부를 쓰고 있는데 오른쪽 어깨 관절에 통증이 생기면서 팔이 아래로 마비 증상을 보이고, 오른쪽 손등 네번째,다섯 번째 손가락 부분이 완전히 굳어져 글씨를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침술에 용한 한의사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한 달 넘게 침을 맞고,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계속 글을 써야 하니 완치시킬수 없는 채로 손등에 물파스를 발라가며 아리랑을 끝냈다.
 
여섯 번째로 앓은 것이 탈장이다. 한강의 후반부를 쓰고 있던 어느 날 아침 무심결에 손이 아랫배로 갔다. 손이 닿은 부위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의사가,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탈장이 되었다고 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너무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장을 막고 있던 막이 백기를 들어버린 것이다. 수술을 하면  그 통증 때문에 두 달은 글을 쓸 수 없다고 해서 7개월 동안 탈장을 앓으며 한강을 끝냈다.

하였튼 크게 앓은 병만 이렇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부은 것 같거나, 아침마다 일어나면 등이 짝짝 갈라지는 것같거나, 현기증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 같거나, 잠자리에 들어 몸이 한없이 가라앉는 착각 속에서 '내가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지' 하는 두려움속에서 잠이 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까지 다 이야기하자면 한이 없다.


작가 후기를 읽으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경우와 비교해 보게 됐다. 나는 이런 종류의 고통이 왔을때 신체 감각을 얼마나 과장되게 확대 생각했을까? 곧 죽을것 같이 나만 겪는 고통인듯 호들갑 떨면서 공황발작으로 확대 되지는 않았을까? 작은 신체의 불편한 감각만으로도 예민해져 온통 신경이 곤두서고 확대해석하는게 참으로 내가 극복해야할 부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력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뜻한 바를 이루어낸 모든 사람에게 경의을 표한다.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그 병들을 얻어도 역작 한 편 내는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반가워요.
저도 공황과 함께 맹장.다리.탈장.허리등.4번의 크고작은 수술을 했습니다.
그러고도 아직 한가지 수술을 더해야 하는데 정말 괴롭습니다.
작가한분 만나서 책이라도 내야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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